인간과 신명의 세계우리 민족이 신을 ‘삼신’으로 불러온 이유


우리 민족이 신을 ‘삼신’으로 불러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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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은 삼신

천지 개벽은 무無가 스스로 자화함으로써 열린 최초의 창조사건이다. 창조된 천지는 곧 영적인 대광명으로 둘러싸이게 됐다. 영적인 대광명은 바로 하늘과 땅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신神이 자리하고 있다.

 

전체를 포괄하고 있는 신에 대하여 증산도 <도전>은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 태시(太始)에 하늘과 땅이 ‘문득’ 열리니라.

  홀연히 열린 우주의 대광명 가운데 삼신이 계시니, 

  삼신(三神)은 곧 일신(一神)이요 

  우주의 조화성신(造化聖神)이니라. <도전1:1>

 

신은 ‘하나의 신(一神)’이요 ‘삼신三神’이며 ‘조화성신造化聖神’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각각은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말해지는 것일까?

 

신을 일신一神으로 말한 것은 전체를 감싸고 있는 신성을 지칭한다. 이것은 근원적인 본체의 측면에서 보니까 전체적인 하나가 된다는 의미이다.

 

신을 삼신三神으로 말한 것은 신이 각기 셋으로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적인 작용의 측면에서 보니까 개별적인 세 영역으로 용사用事한다는 의미이다. 신을 조화성신으로 말한 것은 천지의 어디에나 신이 침투해 들어가 작용함으로써 모든 창조변화를 짓는 근원이 됨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신이 왜 셋으로 작용하는가?

신은 유형적인 것이든 무형적인 것이든 만유의 존재가 나오는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전체이며 하나의 본체이지만, 그 작용의 중심에서 본다면 삼신이다. 문제는 전체이며 하나인 신이 왜 셋으로 작용하는가이다.

 

그것은 신이 스스로 창조 변화의 섭리로 펼쳐질 때에는 반드시 각기 셋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을 전체의 바탕에서 보면 하나의 본체이지만 그 작용의 측면에서 보면 삼신이라는 의미에서 삼신일체三神一體의 논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삼신일체의 논리

삼신일체의 논리를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비근한 예로 인간의 신체는 하나의 전체인데, 머리, 몸통, 팔다리로 구분하고, 작용으로 드러나는 머리 부분의 기능, 몸통 부분의 기능, 팔다리 부분의 기능을 분리하여 이해하는 방식이든가, 아니면 인간의 영혼은 하나의 전체인데, 그 작용으로 펼쳐지는 이성의 기능, 기개의 기능, 욕망의 기능으로 각기 이해하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삼신일체의 논리는 동북아 한민족의 최초의 경전이라 불리는 “천부경天符經”의 표현으로 보면 “하나는 시작이나 무에서 비롯된 하나이다. 세 극으로 나뉜다 하더라고 그 근본은 다함이 없다(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한민족 정신의 잠재의식 속에는 옛날부터 본체에 있어서는 ‘하나’이지만 작용으로 드러날 때는 ‘셋’으로 펼쳐진다는 사고를 깔고 있었고, 그것을 3수 법칙으로 간주하여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였을까? 동방 한민족의 경전이라 할 수 있는 <三一神誥>에는 ‘하나는 즉 셋(一卽三)이라는 논리가 핵심사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셋은 하나를 본체로 삼고 하나는 셋을 그 작용으로 삼는다(三一其體一三其用)<소도경전본훈>”는 논리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는 본체의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고, 셋은 본체本體가 실제로 작용作用으로 드러남의 의미에서 말한 것이다. 하나와 셋은 체體와 용用의 관계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삼신일체는 체용의 논리로 파악된 것이다.

 

삼신일체를 체용의 논리로 이해할 때, 하나의 본체가 없는 셋으로의 작용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셋으로의 작용이 없는 하나의 본체는 공허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을 존재와 인식의 관계로 풀이해 보자면, 삼신의 본체는 그 작용으로 말미암아 인식이 되고, 삼신의 작용은 본체를 근거로 하여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인 즉 셋이요 셋인 즉 하나(卽一卽三 卽三卽一)”라는 법칙이나 “하나를 잡으면 셋을 포함하고, 셋이 모여 하나로 돌아간다(執一含三 會三歸一)<소도경전본훈>” 는 3수 법칙은 삼신일체의 논리에 근거를 두고서 나온 법칙이 되는 셈이다.

  

신이 삼신이라 불리는 이유

결과적으로 말해서 천지만물의 창조변화는 전체이며 하나인 신으로부터 비롯되는데, 그 중심에는 삼신이 자리하고 있고, 이것이 각기 세 영역으로 작용하여 펼쳐진다. ‘일신 즉 삼신’이란 말의 핵심이 그것이다. 즉 삼신의 본체가 세 측면으로 작용하여 천지만물의 창조변화를 끊임없이 지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삼신은 하나로 통하면서 우주만물의 창조변화를 일으키는 원뿌리요 근원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은 왜 삼신이라고 말해야 하는가의 직접적인 이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때 신에 대한 실제적인 명칭(正名)은 삼신으로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생명과 문화의 뿌리, 삼신”, 문계석 지음, 상생출판, 27~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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