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세계천하영웅 관운장이 사람을 평가하고 쓰는 과정을 알아보자

작성자: 상생동이님    작성일시: 작성일2018-05-16 21:46:16    조회: 2,915회    댓글: 0

 

관운장의 성황신 시험(考城隍)

 

- 포송령의 [요재지이] 중에서 -

 

포송령은 명말청조의 산동성 출신의 선비이다. 자는 유선(留仙)이고 지괴 전기소설의 결정판인 [요재지이]를 썼다. [요재지이]는 요정 신선 여우 귀신 등이 나오는데 많은 내용들이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것을 기록한 책이다. 19세부터 고향에서 현시 부시 도시의 세 과정에서 모두 일등이 되었고 천재로 칭송되었으나 향시에 거듭 떨어지고 난 뒤 장강과 회수지역을 떠돌며 수많은 이야기를을 모아서 [요재지이]를 편찬한다. 그 책의 1권 첫 번째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포송령 본인이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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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비슷한 나이의 당시 학생들이 매우 좋아했던 왕조현과 장국영이 출연한 '천녀유혼'이라는 영화는 사실 포송령이 쓴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포스터의 좌측부터 요물이 된 정령신, 꼿꼿한 선비, 요절한 미녀의 넋, 이들을 구원하는 도사가 등장한다.  

  


우리 자형(姉兄 - 누나의 남편을 자형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경상도지역을 제외하고 여동생의 남편을 부르는 호칭인 매형妹兄이라는 호칭을 주로 쓴다.)의 조부인 송공(宋公)의 함자는 도(燾)인데, 고을 학교에 다니는 늠생(명청시대에는 부, 주, 현마다 학교를 설립하고 일정한 인원의 생원을 선발하여 달마다 양식을 제공받았던 학생을 말한다. 각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다.)이었다.

 

하루는 병들어 자리에 누워 있다가 문득 정수리 털이 하얀 말을 탄 관리가 손에 공문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관리가 그에게 말했다.

 

“시험을 치러 가시지요.”


그말에 송공이 관리에게 물었다.


“시험관이 온 적도 없는데 갑자기 무슨 시험을 친단 말이오?”


하지만 관리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빨리 떠나자는 재촉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원래 神道세계에서는 주절주절 긴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잘못 말했다간 천기누설이 되거나 사심이 들어가 공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용건만 간단히 말한다.). 송공은 아픈 몸을 일으켜 겨우겨우 말에 올라탄 다음 그를 따라갔다. 가는 길이 매우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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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들은 마치 제왕(帝王)이 살고 있는 것처럼 성곽이며 누각이 높게 치솟은 한 도회지에 이르렀다. 한참 만에 그들은 어떤 관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의 건물들은 매우 웅장하면서도 화려했고 단상에는 십여 명의 관리들(冥府十王: 이분들은 명부를 다스리는 열 명의 임금, 즉 명부시왕이시다.)이 앉아 있었다. 


송공은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관공(關公 - 중국인들이 관운장을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이 글을 쓰여진 당시가 청나라 때인데 민간에서는 관운장 신앙이 대단했다. 집집마다 관운장의 그림을 모셨으니 모를 턱이 없고 또한 관운장의 긴수염과 풍채가 워낙 돋보이시니 ㅋ). 


처마 아래에는 탁자 두 개와 등받이 없는 의자 두 개가 나란히 놓였고, 수재(秀才: 위에서 말한 늠생과 같은 뜻으로 국비로 생활비를 받으면서 공부하는 지방의 가장 똑똑한 학생을 말한다.) 한 명이 이미 그 말석에 앉아 있었다. 송공도 곧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리에 앉았다. 

 

탁자위에는 각각 따로 종이와 붓이 놓여 있었는데, 잠시 후 시험 문제를 적은 종이가 하달되었다. 그가 문제를 보았더니 여덟 글자로 이렇게 씌어 있었다.


일인이인(一人二人), 유심무심(有心無心). 

한 사람과 두 사람, 일부러와 무심코. 


두 사람은 글이 완성되자 윗전으로 올려보냈다. 송공의 글에는, 


‘고의적으로 착한 일을 하면 그 결과가 좋더라도 반드시 상을 줄 필요는 없다. 무심코 악한 짓을 한 것이라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 필자주 => (사심을 품고) 보상을 바라면서 의도적으로 선행을 하는 사람과, (무심결에)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허물을 범하게 된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야 된다’는 뜻이다. 치세를 하는 자는 단순히 겉으로 보여 지는 옳고(是) 그름(非)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할 게 아니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중용의 심법과 정의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로운 안목을 가져야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공평하게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 이 고사에서 명부시왕들은 재능이 뛰어나지만 안타깝게도 목숨이 짧아 살아서 뜻을 펼칠 수 없는 시골선비 두 명을 골랐다. 과연 백성을 다스릴 만한 심법을 가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을 본 것이다. 그 중에서 송공은 우리 도생들이 알아야할 ‘치세의 도를 밝힌 [서전서문]’의 핵심을 명백히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여러 신들은 그의 글을 돌려보면서 칭찬을 그치지 않더니 그를 단상으로 불러 말했다.

 

“하남(河南)에 성황신(城隍神 - 중국은 각 지방마다 큰 성이 있다. 그곳을 다스리는 신을 말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 시장쯤 되는 서열이다. 증산도에서는 중국의 성황신을 통칭 지방신으로 말한다.) 자리가 하나 비어 있는데, 네가 그 자리의 적임자인 듯하구나.”

 

송공은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거기가 저승이란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조아린 채 울면서 화소연했다.

 

“저에게 이런 영광스런 사명을 내려주시니 어찌 감히 사양하겠나이까? 다만 집에 계신 칠순 노모를 봉양할 사람이 없습니다. 청컨대 노모가 천수를 다 누리게 되면 그때 가서 임용되길 바라나이다.”

 

단상에 앉은 제왕 모습을 한 신(아마도 명부대왕인 듯)이 즉시 송공 모친의 천수(하늘이 부여한 수명)를 기재한 장부를 뒤져보게 하였다. 수염을 길게 기른 한 관리가 장부를 받들고 나와 뒤적거리더니 이렇게 아뢰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구 년의 목숨이 남아 있습니다.”

 

여러 신들이 그 말을 듣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찰나, 관공이 입을 열었다.

 

“장(張) 수재로 하여금 구 년 동안 그 자리를 대신 지키게 하다가 기간이 차면 교체시키라.” 

(중국의 명부시왕과 명부대왕이 계신 곳에서 홀로 최종결단을 내려버리는 관운장의 위격과 카리스마 보소. 관성제군의 신위神威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옥황상제님이 거쳐하시는 천상옥경 삼문의 수장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관공은 다시 송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래는 당장 부임해야 마땅하지만 너의 어질고 효성스런 마음을 보아 구 년의 말미를 주는 것이다. 때가 되면 다시 너를 부를 것이니라.”

(관운장은 절대 융통성이 없는 분이 아니시다. 의롭지만 인정 많은 대인대의의 성품이 잘 드러나 있다. “大仁大義는 무병이니라.”라는 도전성구가 확 와닿는다.)


관공은 이어서 장(張) 수재에게 몇 마디 격려의 말을 전했다.(시험에 떨어진 장공에 대한 관운장의 세심한 배려.) 

 

두 사람은 땅에 엎드려 절하고 함께 그곳에서 물러나왔다. 장 수재는 송공의 손을 잡고서 성곽 바깥까지 그를 배웅해 주었다. 그는 자신을 장산현(長山縣)에 사는 장 아무개라고 소개하고 아울러 시를 지어 증정하면서 이별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송공은 그 시구를 모두 잊었는데 나중에 그 가운데 한 부분만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꽃이 있고 술이 있으니 언제나 봄날이고,

촛불도 등롱도 빛나지 않지만 밤은 저절로 밝기만 하네. 

- 有花有酒春常在, 無燭無燈夜自明. 

 

- 필자는 위 시를 읽고 난 뒤 도전에 나오는 이태백의 '도리원서'가 생각났다. '(춘야원)도리원서'는 봄날 복사꽃 오얏꽃이 만발한 정원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밤이 새도록 등불을 부여잡고 살아서의 천륜의 정과 소중함, 그 속에 재빨리 흘러가는 삶과 시간을 한탄하는 시이다. 위 장 수재의 시는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다. 장 수재에게는 저승에서 잠깐 만난 송공이 비록 찰나의 인연이었지만, 소중하고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송공과는 달리 정작 자신은 가족과 세상을 영원히 이별하게 된 현재 모습과 서글픈 마음을 시로 읊고 있는 것이다. 

 

복숭아 꽃을 복사꽃이라 부른다. 관운장과 삼형제가 도원결의하였고 천고의 명문인 '도리원서'에 나오는 곳 또한 복사꽃과 관련 있다. 복사꽃을 멀리서 보면 상당히 신비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영원한 생명을 뜻하지만 잡귀들은 무서워하는 것이 복숭아이다.

 

이윽고 송공은 말에 올라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고향집에 다다르자 마치 한바탕 꿈이라도 꾼 듯한 모습으로 다시 깨어났는데, 사실은 죽은 지 벌써 사흘이나 지난 참이었다.(장례의 삼일장에는 의미가 있다.)

 

그의 어머니는 관 속에서 나는 신음 소리를 듣고 그를 부축하여 밖으로 끌어냈다. 송공은 반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놀리 수가 있었다. 그가 장산으로 사람을 보내 알아봤더니, 과연 장 수재라는 이가 있었는데 그와 같은 날 죽었다고 하였다.

 

구 년 뒤 송공의 모친이 정말로 죽었다. 장례를 마치자 송공은 목욕재계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방안으로 들어가 숨을 거뒀다.

 

그의 장인은 성의 서문(西門) 안에 살고 있었는데, 그날 문득 송공이 말을 타고 오는 것을 보았다. 말의 가슴팍에는 꽃을 새긴 금속 장신을 달았고 재갈 양쪽으로는 붉은 비단끈을 드리웠는데, 그 뒤쪽에는 수많은 수레와 말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는 대청으로 올라 장인에게 절을 한번 올리더니 곧바로 바깥으로 나섰다. 모두들 놀라고 어리둥절했지만 그가 이미 성황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다.(송구봉이 죽은 다음 수레를 타고 가다가 자신의 장례식에 참여하러 온 제자를 길에서 만나 생전에 쓰던 붓을 주었다는 일화와 비슷하군요.)

 

그들은 송공의 집으로 달려가 사정을 알아보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그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송공은 살아생전에 자신의 전기를 짤막하게 지어놓았지만 애석하게도 전란 중에 소실되고 말았다. 여기에 적은 이야기는 그 대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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